노인 질환 중에서 가장 소홀하기 쉬운 것이 치매다. 치매는 초기증상 땐 자식들이 '늙으신 탓이려니' 하고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심하게 살피면 초기에 발견할 수 있고 증상악화를 막아 온 집안이 겪어야 되는 고통을 예방할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흔히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부르는 노인성 치매의 경우 2002년에 4만 8000여 명이던 환자가 2007년에는 13만 5000여 명으로 5년 새 2배 이상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치매 환자들이 보이는 5대 증상으로는 △기억장애 △언어장애 △방향감각 상실 △계산력 저하 △성격과 감정의 변화 등이 있다. 보통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기억력 감퇴와 하고 싶은 언어 표현이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 증상이다. 다음으로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계산력 저하, 성격 변화 등이 나타나는데 일단 이런 증상이 보이면 초기를 넘겼을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기억력 감퇴 증상을 보이면 일단 초기 치매를 의심,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밝혀진 치매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혈관성 질환과 알츠하이머병으로, 혈관성 질환이 만드는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병이 원인인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전체 치매의 80~9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10~20%는 감염성 질환이나 대사성 질환, 내분비 질환, 중독성 질환, 파킨슨씨병, 수두증, 간질 등으로 보고돼 있다.
흔히 치매 하면 '고치기 힘든 병'으로만 생각하지만 혈관성 치매처럼 원인에 따라 치료가 가능한 치매도 있다.
치료 가능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약 10~20%를 차지한다. 하지만 치료 가능한 치매인데도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미리 '치매는 고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한다.
치료 가능한 치매는 신경성 매독, 수두증, 뇌종양, 경막하 출혈, 비타민 결핍에 의한 치매, 갑상선 질환에 의한 치매 가 있다. 이런 치매는 혈액검사나 뇌촬영을 통해 알 수 있다.
또 "향후 5~10년 내에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보다 효과적인 약들이 개발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혈관성 치매=뇌혈관 질환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치매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증 심장병 흡연 비만을 가진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40~50대의 젊은 층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그중에서도 고혈압이 가장 무서운 위험 요소"라며 "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반신불수, 언어장애 등 금세 눈에 띄는 장애가 나타나지만 매우 작은 혈관이 손상되면 손상된 뇌세포의 양이 매우 소량이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이런 변화가 누적돼 결국 치매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혈관성 치매가 전체 치매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다행히 혈관성 치매는 초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완전히 회복되기도 한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려면 평소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같은 건강의 지표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금연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미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등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일단 혈관성 치매라는 진단을 받으면 아스피린이나 티크로피딘 같은 항혈소판제를 처방하고 효과가 강한 와파린을 쓰기도 한다. 경동맥이 심하게 좁아진 경우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알츠하이머병=65세 이상의 노인에서 주로 생긴다. 65세 이상의 노인 10명 중 0.5명꼴(5%)로 발생하다가 80세 이상이 되면 10명 중 4명의 비율(40%)로 발생률이 증가한다.
건강했던 뇌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치매 증상을 보인다. 왜 뇌세포가 죽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뇌세포가 죽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일수록 △직계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병이 있을수록 많이 걸린다. 반면 학력이 높거나 지적 수준을 많이 요구하는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알츠하이머병에 적게 걸린다.
알츠하이머병은 초기에 발견하더라도 아직까지 획기적인 치료법이 없는 치매에 속한다. 다만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병의 진행을 둔화시키는 약물치료를 한다.
치매 약은 실수를 반복하기는 해도 일상생활의 유지가 가능한 상태일 때 복용하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용량은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약을 더 많이, 더 자주 먹는다고 효과가 큰 것이 아니다. 효과가 커지기는커녕 수면장애나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
치매가 심해져 리스페달이나 세로, 자이프렉사 같은 비정형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짧은 기간 적게 복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비정형 향정신성 약물은 물건을 못 찾으면 주위 사람을 의심하는 도둑 망상,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는 부정 망상, 가족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유기 망상 등을 보이는 치매 환자의 70∼80% 정도에게 처방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치매를 예방하는 약은 없다. 다만 동맥경화·심장병 등 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 중에서는 요즘 많이 나오는 포도가 치매 예방에 좋다. 최근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 연구팀이 인위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발생시킨 실험용 쥐에게 포도 씨 추출물을 하루에 한 번씩 5개월 동안 먹인 결과 포도 씨 추출물을 먹은 쥐는 다른 치매 쥐들과 비교해 단백질 응집 현상이 30~50% 정도 낮게 나타났다. 사람의 뇌 속에 단백질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이 단백질이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을 띤 단백질로 변해 뇌의 신경세포를 공격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인지기능과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알츠하이머병이 오게 된다.
연구팀은 먹인 포도 씨 추출물의 폴리페놀 성분이 독성 단백질의 해를 줄여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폴리페놀을 많이 섭취하려면 씨를 빼지 않은 포도를 껍질째 씹어 먹는 것이 좋다.
식사를 할 때 30회 이상 충분히 씹어서 삼키는 습관도 필요하다. 치아가 나빠 음식물을 씹는 활동이 줄어든 노인들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저작(음식을 씹는 것)이 뇌를 활성화해 치매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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